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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나는 내 친구들, 동료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열정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호그와트 기숙사 테스트 질문중

해리의 머리위에 씌어진 기숙사 배정 모자(The Sorting Hat)는 해리에게 슬리데린이 어울린다고 속삭였지만 해리는 끝내 '용기'를 최고의 미덕으로 추구하는 그리핀도르로 가게 되었다.

나 역시도 내심 해리 삼총사가 다닌 그리핀도르로 배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세번의 테스트 모두 '정직함과 올곧음'을 추구하는 후플푸프가 어울린다는 모니터속 권위있는 테스트에 아쉽지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오소리는 나의 자랑스러운 기숙사 후플푸프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런데 마냥 순하고 착해 보이지만 건들면 한 고집하는 내 성격을 조금 더하자면 가까운 친척뻘인 벌꿀 오소리가 나와는 더 가깝게 느껴졌달까? 

내 친구 '벌꿀 오소리 티미(Honey Badger Timmy)'를 소개한다.

프랜차이즈 극장이 동네 극장이던 시절, 엄마 손을 붙잡고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보러 갔었다.
나에게 소설과 함께 영화가 특별했던 이유는 배우분들이 내 나이 또래라 시리즈를 거듭하며 성장해가는 해리와 친구들의 모습에서 나 역시도 그들과 같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마치 어린 시절부터 쭉 함께한 동네 친구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기억은 추억이 되어 따뜻한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 한장, 한장 아껴 읽던 소설과 엄마 손을 붙잡고 처음 봤던 영화에 대한 기억에서 군입대를 앞두고 해리포터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죽음의 성물을 봤던 기억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흘러 부엉이가 기숙사 편지를 전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에게는 마법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런 마법이 필요한 순간은 작품속에서 내가 스큅(squib)이 되어 리타 스키터 기자에게 해리 삼총사를 고발하기도 했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 후플푸프의 후계자가 되어 작가로서 나의 꿈과 사랑, 삶을 찾아가는 '네버랜드를 찾아서' 시리즈를 작업하게 되었다. 이렇듯 작업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종의 소망의 거울(The Mirror of Erised)이 되어주었고 나는 그 앞에서 수많은 나의 모습을 마주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때론 외면하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가슴이 터질 정도로 행복했던 일도, 눈물이 나올 만큼 슬픈 일도 많았고 그렇게 긴 터널 같던 시간을 지나 긍정을 알게 되었고 이어서 희망을 찾고자 했다.

과거를 회상하면 해리 포터에 대한 기억은 유년기 시절 애틋한 추억을 지나 붓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작업을 이어가려던 20대 초반의 나에게 다시금 마법과 같이 찾아왔고 그렇게 30대가 된 현재까지도 밀접하게 닿아 있다.

지금도 해리 포터에서 영감을 받은 벌꿀 오소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각박한 현실이지만 나는 작업을 통해 내가 꿈꾸는 무엇이든 붓을 든 이 손으로 이루어 나갈 것이라는 나만의 보라 빛 주문을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것이 변한 현재까지도 늘 내 옆에 함께 해온 '나의 오랜 친구',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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